멧 갈라 2025 비판

옛날 이야기를 보면 왕족과 귀족들의 화려한 잔치를 보며 감탄하는 일반 민중들의 이야기를 자주 볼 수 있다. 물론 이 속에는 극심한 계급 격차에 분노를 느끼며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나온다. 러시아 혁명 때 짜르 궁을 쳐들어갔다가 난생 처음 보는 광경에 눈이 휘둥그래지는 러시아 혁명군의 이야기는 일종의 교훈이 있는데 너무 자기들끼리만 놀다보면 어느날 노출이 되었을 때 충격이 너무 클 수 있다는 거다. 그런 점에서 이 평등 시대의 평등 사회에서는 극심한 격차를 쉽게 볼 수 있다는 지점이 다르다. 그냥 백화점 매장만 가도 볼 수 있다.

이게 장점이라면 모티베이션이 될 수 있다는 거고 단점이라면 사실 그 모티베이션으로 뚫고 들어갈 수 있는 확률이라는 게 거의 없다는 거다. 아무튼 멧 갈라는 이 계층 격차를 이용한 유희의 쇼라고 할 수 있다. 그들만의 리그를 잠시 바깥에 드러내고, 이들 역시 기꺼이 광대를 자진하며 자신을 희화화 시킨다. 극심한 부의 격차를 느슨하게 만드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자신을 종종 광대로 만드는 거다. 진지한 부자들이 설 자리가 점점 사라지고 시시껄렁하고 뭐하는 인간들이야 싶은 이들이 전면에 드러나는 건 카다시안 패밀리 같은 시트콤이 인류에게 알려준 교훈이 아닐까 싶다. 독재 국가에서야 그럴 필요가 별로 없긴 할텐데 그렇지 않다면 이런 전략은 상당히 효과적이다. 



위 사진은 Met 뮤지엄의 슈퍼파인 테일러링 블랙 스타일(링크).

냉정하게 보자면 멧 갈라는 빈부의 차이가 극심해지고 있는 현대 사회 안에서 부의 일축을 담당하게 된 연예인과 셀리브리티를 앞세워 자신을 희화화 시키고, 이를 통해 부를 바라보는 적대감을 희석시킴과 동시에 자신을 어릿광대처럼 우습게 보고 별게 아니네라고 보게 만드는 방법이라 할 수도 있겠다. 안나 윈투어는 그 틈새에 패션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 눈치 채고 이 판을 키워가며 세계에 보여주도록 했다.

어차피 지금은 그런 세상이고 그렇다면 이런 걸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게 해결책이라 할 수는 없어도 조금은 득이 있는 게 분명하다. 게다가 슈퍼파인 테일러링 블랙 스타일 같은 전시는 이런 게 없었다면 열리기가 훨씬 어려웠을 거다. 문제가 있다면 전쟁의 시대가 다시 시작되는 기미가 보이는 와중에 이런 비현실적인 자극은 득이 될 수도 있겠지만 실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. 안나 윈투어가 키워놓은 최고 히트작이 아닐까 싶은 이 행사에 대한 SNS의 반응에서는 동경과 비웃음, 분노와 불만이 점점 섞여가고 있는 거 같다. 이렇게 흘러가면 그들만의 리그를 유지하는 쪽에서도 굳이 이런 유희극을 할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될 거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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